바르트의 『로마서』는 하나님과 인간의 질적 차이를 망각하고 안팎의 거짓 신들에게 미혹당한 시대를 향해 하나님의 다르심, 멀리 계심, 생소하심, 숨어 계심을 강조하며 인간과 세상의 한계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바울의 로마서를 붙잡고 씨름하며, 저 위로부터 수직으로 치고 들어오는 폭발적인 계시의 흔적을 꼼꼼히 답사하며 우리를 진정한 불안에 노출시킨다. 거기서 새롭게 교회의 소망이 우리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리스도인의 삶을 구성할 수 있는 긍정적 가능성과 부정적 가능성이 촘촘히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바르트가 느낀, 그리고 독자들이 느끼게 될 발견의 기쁨은 신학함의 기쁨, 감사, 감격으로 번져 나갈 것이다.
『로마서』 독서는 밤이 빛과 만나고, 곤경과 소망이 어우러지는 곳으로 우리를 견인하여 율법, 심판, 믿음, 종교, 자유, 은혜, 윤리를 그 뿌리까지 심사숙고하게 만들 것이다. 나아가 로마서뿐만 아니라 성경 전체를 전혀 새로운 빛에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줄 것이다. 처참한 몰락이 지속되고 가망 없는 인간 실존의 절망적인 시도가 되풀이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프라텔른 교회 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말씀하셨다”(Deus dix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