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문학동네 시인선」이 새로이 나왔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칠만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이 시리즈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을 높인 시집을 제공하고, 시인들에게 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내간체를 얻다』는 문학동네시인선의 출범과 함께 출간된 시집이자 올해로 데뷔 25년을 맞은 송재학 시인의 일곱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죽음을 본다. 그것도 그저 바라본다. 죽음이 죽음의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뼈다. 뼈 너머의 가계다. 가계 너머의 내력이다. 시인이 왜 하필 ‘내간체’를 맨 위에 올렸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는 이 ‘내간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죽음의 안팎을 완성해가고 있던 것이다. 어떠한 감상적인 끼임 하나 없이 말끔한 ‘죽음’의 관념들 속에서 진중한 가벼움의 매력을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