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이래 따뜻한 시선을 근간으로 한 인간의 내면 탐구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 손병현의 소설집. 여덟 편의 작품을 담아낸 이 책에서 저자는 벼랑 끝에 선 현대인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그는 가혹한 사회의 현실을 힘겹게 견디며 살고 있는 이 시대 모든 이들의 삶을 냉정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 존재에 대한 꺼지지 않는 애정을 드러낸다.
전문대 졸업 후 칠 년째 백수 노릇을 하고 있는 창식(「하루」),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성공의 욕망을 실현하고자 하지만 서울의 강퍅한 현실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서울의 달」), 신문 배달부로서 어떻게 해서든지 억척스레 삶을 살고자 버둥거려보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삶의 벽에 부딪치고 있는 '나'(「해 뜨는 풍경」).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된 삶의 현장에 내버려져 있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하고, 한편으로 그러한 현실을 억척스레 살아내는 인간의 숭고함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