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하고 생소한 시적 주제를
시적 질료로 삼아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시인이란 존재는 우리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세상과 주변의 풍경 속에 은폐된 진실 혹은 사실을 그 자신만의 시각과 눈썰미로 발견해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해내는 사람이며, 사물이나 세상 속에 은폐된 사실 혹은 진실을 발견하느냐, 못 하느냐가 시적 성패를 판가름할 수 있다. 정윤옥의 이번 시집은 독자들에게 거창한 시적 요리를 선보이기보다는 소박한 시적 밥상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우리 자신의 생활현장 속에 흔히 체험한 일상현실을 다루되 상투성을 배제한 채 그만의 시각, 그만의 목소리로 담아내고 있다. 이 시집 실린「수납기」,「검침」,「선풍기」,「스마트폰」,「매운탕을 끓이며」,「노안」등의 시편은 그동안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사소하고 생소한 시적 주제, 즉 그가 일상에서 맞닥뜨린 것들을 시적 질료로 삼아 우리가 지금껏 음미해보지 못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다. 그런 의미에서 정윤옥은 ‘발견자’로서 시인의 의미를 잘 구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