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한 중심을 넘어 다양한 주변부 문화와 주체를 확인하기 위해 번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책!
부정적 근대성을 극복하고 경계와 억압을 넘어서는
이상적인 의사소통과 담론의 생산방식을 탐구하는 번역론
번역으로 인식되는 타자와의 관계성
번역론은 세계를 직시는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사고를 제공할 수 있다. 번역론을 통해 본 언어의 역사는 우리 인간이 언어적·문화적 타자와의 만남에 어떻게 대처해왔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지은이의 인식을 바탕으로 쓰인 책이다.
언어의 경계에서 타자를 초래하는 번역의 가능성과 함께 타자를 ‘타자’로 인식했을 때 번역을 가로막고 있는 번역의 불가능성이 어떤 의미에서는 번역 이론의 근본적인 아포리아라고 할 수 있다. 이책은 언어적 타자와의 관계성을 찾는 것을 본질로 하는 번역을 축으로 삼아 21세기적 과제를 탐색한다. 즉, 모더니즘 이후의 언어문화와 역사를 둘러싼 사상이 번역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읽어낸다. 그 대표 사례가 홀로코스트 담론이다. 그리고 홀로코스트 논의에서 미래를 지향적 세계문학이라는 큰 명제의 입구로 우리를 인도한다.
번역은 바로 인간과 인간의 상호 관계 층위에 존재한다. 이 상호 관계 속에서 타자성은 지속적으로 의식화된다. 번역을 매개로 한 타자성 인식 또한 우리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세계문학의 기점은 이 지점에 있다. 즉 타자와의 관계성에서 ‘타자에 대한 책임’이라는 윤리적 주제를 다각도로 모색하는 담론이 세계문학이며, 이 과정에서 타자를 받아들이는 번역은 언어적으로도 사상적으로도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본다. 번역이 가져온 ‘월경(越境)의 아포리아’는 주체와 타자가 해후하는 지평을 다시 읽고, 다시 쓰고, 다시 배치하면서 언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번역 개념을 매우 폭넓게 적용한다. 번역은 기점언어(source language)를 목표언어(target language)로 옮기는 언어활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도 번역이며,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 또한 번역에 포함될 수 있다. 이처럼 폭넓은 번역의 시점에서 지은이는 20세기 이후의 인문학적 지평을 조망하고 번역의 사상적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 책에서는 현대사회의 과제인 타자와 주체의 문제에 대해 두 가지 비평 이론, 곧 탈식민주의 비평과 번역론(학)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 그리고 어떤 담론적 관점이 형성되었는지를 고찰한다. 역사를 둘러싼 인간의 의식이나 20세기 모더니즘 속에서 ‘전쟁의 세기’의 기록문학을 통해 역사를 재번역한 홀로코스트 문학의 세계관이 언어의 경계 지점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에도 주목한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괴테와 슐라이어마허, 발터 벤야민 같은 고전적 번역론을 포함하여, 20세기 후반 이후 문화 연구의 관점에서 주목받은 이론들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수전 바스넷, 앙드레 르페브르, 로렌스 베누티, 앙투안 베르만, 더글러스 로빈슨, 폴 리쾨르 등 한국에서도 익히 알려진 번역 이론가와 더불어, 자크 데리다, 호미 바바, 가야트리 스피박 등 탈식민주의 혹은 포스트구조주의 이론가들이 번역이라는 주제 아래 하나로 모인다. 1차 문헌과, 이를 해석하고 분석한 2차 문헌까지 포함하면 이 책에 언급된 연구 성과는 20세기 후반 이후 영미권 번역 연구의 대다수를 망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