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방랑자’ 강금실, 걷고, 기도하고, 생각하다
사유하는 지식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변호사로 복귀한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다름 아닌 ‘공부’였다. 그 시작으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 생명문화 강의를 들으면서, 오랜 기간 한국의 정치사회 구조의 틀에 갇혀 있던 사유의 범주를 전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시킨다. 커리큘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화탐방 프로그램이었는데, 그는 결국 가톨릭 신자라면 평생에 한 번 꼭 가고 싶어 하는 로마와 바티칸 시티를 비롯하여 수비아코, 피렌체, 시에나, 아시시의 아름다운 성지를 찾아 간절히 구도의 문을 두드린다.
가볍고 어지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과연 진정한 버림과 헌신, 믿음과 용서란 무엇인가. 예수를 의심한 도마의 자존심,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린 베드로, 가장 나쁜 적이었으나 예수를 보고 회심한 바오로, 그리고 예수를 배신한 유다에 대해 사유하며, 이채로운 심상을 펼친다. 또한 종교가 소외된 ‘사람’뿐 아니라 소외된 ‘자연’도 함께 염려해야 하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자연, 우주만물의 관계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사랑으로 서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저자의 모습은, 유명한 변호사나 정치인이 아닌 한 종교인으로서 대중들에게 종교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고민의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