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청소년 관련 책을 볼때 소설속 주인공인 그 청소년이 되어 혼자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좀 바뀌었다. 아무래도 십 대의 아이들 둘을 키우는 엄마라서 일까. 내 아이를 보듯 그렇게 안타깝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만든 어른들을 탓하고 있다. 나쁘다고 하면서 혼자 막 화도 내게 된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어른으로서 잘 행동하고 있나, 엄마의 입장에서만 아이를 보고 있지는 않나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나이를 먹은 사람이지만 마음속엔 아직도 아이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지라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기도 한다.

새로운 청소년 소설을 만났다.
이런 콩가루 집안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가족 구성원이 너무도 특이하고 불우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것 같았다. 이 가족들 속에서 여울이가 어떻게 잘 살아 남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여울이는 엇나가는 것 같으면서 잘 이겨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여울이가 울때 내 눈에서도 눈물이 계속 흘렀다. 울고 있는 여울이를 한번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듯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월세 낼 돈이 없어 보증금을 다 까먹고 그것마저 밀리다가 결국에는 살 집조차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다. 가까운 이웃 중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가족의 의미를 묻는 내용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여울이네 가족은 도대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엄마'라는 단어가 금지된 집안에서 팔순을 넘긴 할머니와 쉬어버린 밥같은 쉰넷의 아빠, 그리고 엄마가 다 제각각인 이복 남매 전문대에 다니는 다발경화증 때문에 늘 기저귀를 차는 오빠, '나'만 보면 늘 욕을 하는 고3 수험생인 언니, 뇌가 고장나 뇌경색이 된 삼촌이 이 가족이다. 여울이는 늘 가출을 꿈꾼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출하게 되면 개고생이 될 것이 뻔해 집에서 당당하게 출가하기 위해 '여울이의 완벽한 출가를 위한 지침서'를 적어 두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런 위태로운 가족에게서의 도망치고 싶었던지 코스튬플레이 하는 걸 즐긴다.

자꾸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여울이지만 나는 여울이가 밉지 않았다.
여울이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어긋나려는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그렇게 밉고 싫게 느껴졌던 가족들도 따뜻하게 다가오는 걸 느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족 밖엔 없다는 걸.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한 발 다가가는 이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도 그네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우리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