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우위의 이데올로기로 바라본 과학기술사를 비판하다
이 책은 유럽인들이 자기 문화의 물질적 우월성, 특히 과학적 사고와 기술 혁신에서 나타난 우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것이 해외에서 마주친 사람들에 대한 태도와 그들과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검토한다. 산업혁명을 전후로 유럽인이 획득한 물질적 업적은 비서양에 대한 ‘지배 이데올로기’를 견고히 했다. 종이, 나침반, 무기, 철도, 선박과 항행 도구에서부터 천문학, 수학, 의학과 같은 과학지식, 철학, 노동에 대한 태도, 시간개념, 공간지각에 이르기까지 유럽인은 광범위한 분야에서 과학과 기술의 척도를 통해 비서양 사회를 평가하고 등급을 매겼다. 500년에 걸친 유럽인과 비서양인 사이의 교류를 추적함으로써 아프리카인과 아시아인의 성취가 어떻게 경멸됐고, 비서양인의 가치체계와 조직 형태가 어떻게 비판받았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부에서는 해외 팽창 초기 수세기 동안 비서양인에 대한 유럽인의 우월함과 그 차이의 원천이 과학 기술이 아닌 ‘기독교 신앙 ’에서 비롯됐음을 살펴보며 18세기 전후에 이루어진 유럽인의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 비서양에 대한 지배권을 어떻게 형성하기 시작했는지를 중국과 인도에 대한 관점 변화, 그리고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통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19세기 말엽 2차 산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거울상을 이룬 쌍둥이’가 된 과학과 기술의 결합을 다룬다. 3부에서는 인간 가치를 가늠하는 과학과 기술 척도의 타당성을 향한 문제 제기, 문명화 사명에 대한 유럽인의 의구심을 다루고 있다. 에필로그에서는 유럽의 세계 패권이 쇠퇴하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미국의 근대화이론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