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 적용한 초국적 이주에 관한 연구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서 외국인 이주자들의 유입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제 일상생활 공간 주변에서 이들과의 접촉은 별로 낯설지 않게 되었다. 국경을 가로지르는 초국적 이주가 일상적으로 느껴지는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존재와 위상은 상당히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행위자-네트워크가 안정된 질서로 작동하는 것을 행위자-네트워크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의 언어를 빌려, 초국적 이주자들의 사회공간적 삶은 ‘블랙박스’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초국적 이주노동자들은 아직까지 노동시장에서 이른바 3D 업종에 필요한 저임금 노동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결혼이주여성은 우리 사회의 적령기 배우자 부족과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들이 한국 사회에서 다양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살아가는 삶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이들의 삶은 초국적 이주 과정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이 복잡하게 얽혀 만들어낸 네트워크들 속에서 끊임없이 지속되는 저항과 타협과 권력 관계를 숨기고 있다.
『번역과 동맹: 초국적 이주의 행위자-네트워크와 사회공간적 전환』은 이러한 블랙박스를 풀어헤쳐서 그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을 적용한 연구 결과물이다. 행위자-네트워크이론은 우리가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사실’을 ‘블랙박스’인 것으로 바라보고 이것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치밀하게 추적할 것을 요구하는 이론으로, 수많은 인간들과 비인간 사물들이 혼종적으로 구성하는 우리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 아주 적합하다. 이 이론에서 네트워크는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사물들, 예를 들어 가족, 원주민, 임금, 비자, 정보, 국가 등과 같이 수많은 이질적 객체들로 구성된 연결망 또는 이에 따른 질서나 정렬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인간과 함께 비인간 사물들을 포함하는 행위자와 이들로 구성된 네트워크의 개념은 초국적 이주과정에서 형성되고, 유지되고, 변화하는 다양한 네트워크들을 설명하는 데 유의한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