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지질학, 해부학…… 그리고 기독교를 둘러싼 논쟁들
400년 전부터 계속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권력투쟁
왜 종교와 과학은 싸우는가?
20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은 비트겐슈타인과 더불어 분석철학의 창시자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평화주의자였다. 《종교와 과학》은 1935년에 출간된 러셀의 대표작으로, 지난 4세기 동안 신학과 과학 사이에서 벌어졌던 주된 갈등의 양상을 천문학, 진화론, 악마학과 의학, 영혼과 육체, 결정론, 신비주의, 우주적 목적, 과학과 윤리학 등 여러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다. 이 때 종교와 과학 간의 갈등이란 기본적으로 종교 일반이 아닌 기독교와 과학 간 갈등을 의미한다.
불가지론자였던 러셀이 책의 말미에서 밝히듯, 이 저서를 통해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과학과 신학 간의 대립이 있을 때마다 과학이 승리하는 모습이다. 그는 "신학적 전망과는 대조적으로, 지금껏 과학적 전망의 확장은 반론의 여지 없이 인류의 행복을 추구해왔다"고 단정한다. 한편, 그는 신중하고 잠정적이며 점진적인 과학적 성향을 과학기술의 영역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으며, 과학자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억압당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결국 과학은 본연의 과학적 의식을, 과학자는 본연의 지적 자유를 회복해야 한다는 독려의 말로 글은 마무리된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과학에 대한 이 같은 비평적 시각과 방향성 제안은 여전히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