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결론은 "책만한 건 없어"
스스로를 '책중독자'라고 밝히는 저자는 처절한 자기 고백에서 출발하여, 주변 책중독자들의 경험과 전설적인 책중독자들의 이야기를 두루 섞어낸다. 이 책은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치료를 이끌어내는 자기계발서 형식을 재기 넘치게 패러디하고 있다. 저자 톰 라비는 책중독이 개인적인 문제나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 타고난 유전병이라는 사실을 조속히 밝혀달라고 강력히 촉구한다. 우리는 책중독자가 '되는' 게 아니라 책중독자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또한 책이 아니더라도 마약, 알코올, 니코틴, 도박, 폭식증, 거식증, 쇼핑, 좀도둑질, 섹스, 초콜릿, 일, 텔레비전 시청, 피트니스, 종교, 사랑 등 우리가 걱정해야 할 중독증은 끝이 없다는 말로, 중독 담론을 조롱한다. 이 산만한 책중독자는 자신의 경험을 중심축으로 해서 각종 독서 문화를 두루 탐색한다. 집요하게 책중독의 정체를 파고들고, 동서고금을 망라하며 동료 책중독자들의 심리와 행동 양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을 둘러싼 다양한 활동과 구성요소들을 철저히 해부하기도 한다.
『어느 책중독자의 고백』에는 거창한 목적의식도, 원대한 목표도 없다. 단지 독자들이 자유롭게 책들에 몸을 맡기고 책들이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만나게 되는 새로운 세계와 반가운 친구가 되길 자처한다. 책에 중독되어버린 우리는 책 없이 견디지 못하고, 책의 독성 때문에 기능 장애를 일으키지만, 상관없다고 말한다. 톰 라비에 따르면, 바닥에서만 꼭대기를 볼 수 있고, 바닥을 치면 다시 올라올 수 있으며,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야말로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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