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직접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
2004년 겨울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 다녀온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평화학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실천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저자 임재성. 그는 이 책에서 평화연구의 문제의식과 병역거부 당사자로서의 경험을 함께 녹여 냄으로써 대체복무제 도입 여부(소수자/인권 담론)에만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의 병역거부 논의를 ‘평화운동’의 지평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양심적 병역거부 당사자가 쓴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 책이자 병역거부를 ‘평화학’의 관점에서 다루는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공감’이라는 평화학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자신이 만났던 병역거부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온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삶의 고민들, 하지만 ‘병역거부 문제=대체복무제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온전히 표출되지 못하고 ‘삼켜져야 했던’ 언어들이 그의 손을 빌려 발화되었다. 그렇게 삼켜 왔던 것은 한국 사회의 강고한 군사주의와 국가폭력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에 다름 아니었으며, 이를 다시 이야기함은 곧 ‘소수자/인권 담론’에만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의 병역거부 논의를 ‘평화운동’의 지평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병역거부자들의 소견서, 일기, 편지글, 인터뷰 등은 그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더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도록 군사훈련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유령처럼 맴돌았다는 오태양, 통일운동의 경험을 토대로 ‘동포’의 가슴에 총을 겨눌 수 없음을 절감했던 유호근, 한국전쟁 때의 민간인 학살 현장을 둘러보고 분노했던 최진, 대추리에서 자국 국민을 적으로 몰아 공격하는 군대를 보면서 원초적인 두려움을 느꼈다는 문명진 등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병역거부자의 이야기는 이 사회와 우리 내면에 작동하는 폭력의 양태를 되짚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