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을 세계에 알린
최초의 국제적 보고서
『하멜 표류기』는 서양인이 13년 28일 동안 조선에 살면서 경험한 일을 정리해 유럽에 알린 최초의 조선 보고서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당시의 조선 사회, 언어, 지명, 풍습은 물론 이방인의 눈으로 본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나 볼 수 있습니다. 16~17세기 유럽, 특히 네덜란드는 ‘대항해 시대’라 불리는 식민지 개척 시대를 맞아 세계 미지의 땅을 점령하기 위한 선박 대부분을 생산해 내며 패권을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새롭게 발견한 곳에 대한 정보는 곧 경제력의 상징이며 힘이었습니다. 미지의 세계인 동양에 대한 환상으로 부풀어 있던 그들에게 판타지가 가미된 『하멜 표류기』는 고양이 앞의 생선마냥 팔려 나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당시 유럽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하멜 표류기』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험을 바탕으로 사실과 다른 과장과 상상력이 더해져 당시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야하트 선 데 스페르베르호의 생존 선원들이 조선의 제주도에서 1653년 8월 16일 난파당한 후 1666년 9월 14일 그 가운데 8명이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할 때까지 겪었던 일을 비롯해 조선 백성의 관습과 국토의 상황에 관해서_네덜란드령 인도 총독, 오한 마짜이케르 각하 및 형의원 제위 귀하〉라는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일종의 문화인류학 보고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듣도 보도 못한 땅에 표류되어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보고서로 작성해 조선에 억류되었던 13년간 밀린 임금을 회사에 청구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인 흥미를 앞세운 책이 아니기에 『하멜 표류기』는 단순하면서 담담한 서술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신빙성이 높다고 평가받으며 한국학 연구에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료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서양, 즉 유럽에 17세기 조선을 알린 최초의 ‘조선 보고서’로서 손색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서양에 문호를 개방하기 200여 년 전 이미 세계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