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지구상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가 많습니다. 현대인류보다 앞서 살았던 고생인류가 지금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이유라던가, 한때 지구생물의 상층을 구성하던 공룡이 화석으로만 남아 있는 이유라던가, 맘모스가 전멸한 이유는 아직도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남한에서 살고 있는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호랑이를 비롯해서, 최근 들어 멸종위기에 몰려있는 동물 가운데 상당수는 사람의 남획이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구가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의 영향으로 야생동물의 삶의 터전이 급속하게 좁아지고 있는 것도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콜로라도대학교 생태학․진화생물학 마크 베코프교수가 <동물권리선언>을 통하여 설파하고 있는 인간은 동물과 지구에서 공존해야만 하는 이유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한때 인간의 관심사 밖의 일, 즉 동물이나 환경문제에 매달려 열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을 급진주의자, 혹은 과격분자로 간주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분들이 열정적으로 일해온 결과 우리는 인간만이 지구를 독점하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동물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조금만 더 잘 해 달라고 혹은 그냥 내버려둬 달라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요청하고 있다.”고 서문에 적은 것처럼 동물의 메시지를 읽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를 포함한 모든 생물을 지구를 공유하고 있고, 모든 동물은 생각하고 느끼며, 온정을 느기며 받을 자격이 있고, 우리와 동물이 교감하면 배려로, 교감이 단절되면 경시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동물들에게 온정적이지 않아서 문제이며, 온정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와 세상이 도움을 준다고 여섯 가지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하여 야생동물의 생존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가 하는 문제나 동물원에 수용되어 있는 야생동물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 등에 대하여 충분히 공감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비롯하여 인간을 위한 실험에 사용되는 실험동물에 관한 일부 주장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이유, 모든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며 우리는 더불어 산다는 명제에는 깊이 공감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간이 정점에 있다는 종우월주의를 가지고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동물이라는 주장은 분명 사실입니다. 그리고 오만하게도 야생을 길들이고 자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동물들을 먹이의 대상으로, 심지어는 오락으로 즐기기 위하여 동물을 포획하고, 인간문명의 발전으로 인하여 뜻하지 않게 생명을 잃는 동물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도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는 주장이나 모든 동물은 온정적이며 온정받을 자격이 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 이유는 근거로 들고 있는 사례들만으로 해당 동물종에 일반화하여 적용하기에는 보편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동물의 언어나 사고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가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의 인식체계를 통해서 해석하고 있는 것뿐이지 해당 동물들의 견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야생동물이 인간이나 다른 동물에게 단발성으로 보인 행동을 온정의 표현이라는 해석도 관찰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한 것이며, 저자가 본서에서 인용하고 있는 다른 사례, 즉 동물원에 입식된 동물이 사람을 공격한 사례나 반려동물로 길들여졌다고 생각한 동물이 어느날 갑자기 주인을 공격한 사례들은 모든 동물들이 기본적으로 착하고 온정적이라는 명제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저자의 애정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반려동물에 정을 쏟는 분들이 많은 점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동물에 대한 온정도 중요하겠습니다만, 그와 같은 온정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인간에게는 나누어지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식품으로 이용되는 가축에 대한 문제제기에 있어, 생명체로서 가져야 할 윤리적 측면에서 도축되는 가축에게도 윤리적으로 대접할 부분이 있다는 점은 공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동물에게까지 베풀고 있는 온정에 대하여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험동물은 인간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연구를 인간을 대상으로 직접 적용할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도입한 방식입니다. 일각에서는 동물실험에서 얻은 자료를 인간에게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동물실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은 인간에게 적용할 의약품을 비롯한 다양한 생산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실험을 수행하는데 있어 고려할 윤리적 측면을 보완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과거에 연구하던 대학에서 실험실의 보완을 철저하게 하는 것을 보고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동물보호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숨어 들어와서 실험동물을 풀어주면서 실험실 장비뿐 아니라 보관 중이던 실험결과를 파기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급진주의자로 불릴만한 충분한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혹자는 새로운 동물종이 꾸준하게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지구상에서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태어나고 스러지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역시 지구상에서 스러질 운명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므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생물체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모색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얻게 됩니다.

< src="http://api.bloggernews.media.daum.net/static/recombox1.swf?nid=14767067"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80"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