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시각 문화에 영향을 끼친 아파트에 대해 논하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아파트를 소재로 한국의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전반을 고찰하는 책으로, 디자인 연구자로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연구 결과물을 발표해온 박해천은 이 책에서 다방면의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며 하이브리드라는 총서의 이름에 걸맞게 새로운 형식의 글쓰기를 시도한다. ‘픽션’이라는 제목을 단 1부에서는 에세이, 자서전, 회고록 등 각종 문학의 틀을 넘나들며 스스로 성장하고 진화하는 아파트에 대해 논한다. 화자와 시점이 변화하며 전개되는 허구적 접근 방식 때문에 독자는 딱딱하고 건조한 연구 보고서 형식이 아닌 연구 대상과 화자 사이의 밀착된 거리에서 친근하게 몰입할 수 있다. 반면 문학 형식을 차용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객관성, 사실성, 명확성에 대한 의구심은 2부 ‘팩트’에서 실질적인 정보와 지표를 제시함으로써 말끔히 해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