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로 꿈꾸다』는 명백히 ‘회화’로서의 가치가 높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그림’ 자체의 가치로서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한 그간의 저술은 사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당연히, 벽화를 고구려 사회상의 한 반영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고구려 고분벽화는 한국 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귀중한 문화적 유산이자 또한 한국 회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초상화에서 산수화에 이르기까지, 이후의 한국 회화가 보여줄 대부분의 장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구려 고분벽화를 단순히 당시의 사료를 보충하는 자료를 넘어서는 ‘작품’으로 만나보고자 한다. 그 방식은 여덟 가지 테마로 읽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책의 장점은 다양한 사진을 보는 즐거움이다. 꽁지까지 치솟은 붉은색의 찬연함이 불새의 기운으로 타오르는 한 쌍의 주작, 벽을 박차고 날아오를 듯 탄력 넘치는 긴장감이 감도는 청룡의 아름다움, 백색과 빨강의 선명한 대비가 눈이 시리도록 선명한 백호, 안정감 있는 구도에 침착한 색조가 북방신으로서의 무게를 제대로 살려내고 있는 현무… 강서대묘 사신들의 자태만 보아도 고구려 속으로 이끌려갈 것만 같다. 그 밖의 크고 작은 그림들이 각기 제자리에서 열 이야기보다 더 많은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무덤 20기의 위치, 발굴상황, 이름의 유래, 무덤의 구조, 논쟁이 되고 있는 점, 벽화의 주제와 보존 상황 등에 대한 이력서가 있다. 벽화고분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