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 진짜와 가짜, 승자와 패자,
지루하고 고단한 이분법 세계 속 진실을 캐묻는다.
앞서 발표한 작품들에서 작가 염승숙은 현실 속 인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3차원의 평범한 일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설적 인물들을 이야기 속에 불러내며 낯선 환상의 세계를 그렸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낯설지만 어디엔가 있을법한 존재들, 현실에 보다 가까워진 이야기들로 존재와 진실에 대해 풀어놓는다. 작가는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어디 한 곳 귀의할 곳 없는, 하지만 분명히 이곳에 존재하는 '노웨어맨(nowhere man 혹은 now here man)'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오늘날 우리는 진짜를 흉내내기에 급급한 가짜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적당히 진짜를 따라가는 가짜로 자신을 포장하고, 누군가는 존재하지 않는 듯 그곳에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가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한다. 그들 모두는 가짜이면서도 그 자체로 고유하게 실존한다. 작가는 그런 우리의 모습과 같이 살아가는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값, 정체성을 잃어버린 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아서 가질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나갈수록 결국 그리운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는 작가의 말은 그가 이 작품들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책은 그렇게 사소하고 불안한 것들,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을 향해 비추는, 흐릿하지만 따뜻한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