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실존적 여행시 쓰기’를 표방하며 세계 곳곳을 떠돌다, 10년 전부터 미얀마에 자리를 잡은 시인 전성호. 그가 첫 시집 『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이후 5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저녁 풍경이 말을 건네신다』에서는 “부산 민락동의 횟집”이나 “미얀마의 바간 혹은 만달레이에서 만나는 삶들”을 본원적 층위에서 통합하려는 노력과 함께, 떠나온 곳에 대한 그리움의 서정이 짙게 배어 있다.
시인은 나고 자란 모국을 떠나 “양곤 강남 쪽에 제비집”을 짓고, “두 시간 반의 시차”를 가불하며 꾸려가는 노마드적인 삶을 시편들에 담았다. 미얀마의 강 주변 풍경시들은 표면적으로는 낯선 이국의 향취가 전경화된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시적 화자는 “유배지의 물고기”처럼 떠나온 곳으로 그 시선이 향해 있다.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지난날의 긴 그림자를 불러내어, 떠나온 곳의 시간과 자리를 더 깊게 만드는 시인의 목소리를 마주할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