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이념지향적인 노동시와 다르게 노동현실을 천착해 나름의 철학으로 승화”시킨 “원목 같은 순수함과 생명력”의 시인으로 평가받아온 최종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그의 시들은 현란하고 애매한 수사의 과용이나 한편으로 억지 서정을 이끌어내는 현 한국시와는 달리 투박하고 직설적이며 선언적인 언사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에서 우리는 최종천 시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시인은 “자본주의 문화-예술을 노동과 대비하면서 근본적이고 시적인 비판을 전개”한다. 사물을 ‘객관적 상관물’로 거리를 두는 대신, 몸이 곧 망치, 연장이 되어 “동물처럼 사물을 대”하고 세계를 바라보는 그의 시편들은 ‘노동’의 의미를 계급성과 당파성을 뛰어넘어 보편적 세계관으로 확장시킨다. 각박한 삶을 견뎌야 하는 수단으로서의 노동이 아닌, 무너진 자연의 원시성을 회복하는 사제(司祭)로서의 ‘노동’을 사유하는 시인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