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인간과 사회를 물들이는 ‘전염’
그 변화의 패러다임에 대한 초학제적 고찰!
재레드 다이아몬드의『총, 균, 쇠』가 면역성에 대한 통시적 연구라면 이 책은 전염성에 대한 공시적 연구를 담고 있다. 오늘날 ‘전염’은 의학적 테두리를 넘어 경제, 문화,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보편적 화두로 자연과학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인문사회적 관점에서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전염 현상은 디지털 네트워크, 금융 및 소비자 마케팅, 언어, 문화 현상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므로 전염의 대상을 규정할 때는 질병만이 아니라 문화현상, 인간의 정신, 바이럴 마케팅, 금융시장, 그리고 창의적 사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그 대상을 부정적인 것에만 국한시켜선 안 된다. 이 책은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고자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경영학, 물리학 등 다양한 학문 간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전염에 접근함으로써 초학제적 대화의 장을 열었다.
우리 사회에서 ‘전염’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날로 커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염 문제에 대한 논의는 주로 의학의 전문 분야 또는 의학사를 비롯한 의료인문학의 제한된 연구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몇몇 연구들은 표층 내부의 본질이나 심연에는 다다르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그 체계 또한 확립되어 있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는 전염을 하나의 심층적 학문 주제로 끌어들여 잘 정돈된 통합적?학제적 모델과 관점을 사용한 연구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이런 한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기획 과정부터 의학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학, 경영학, 물리학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전염에 대한 초학제적 접근을 시도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인 저자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의 인식의 지평을 넓힐 것을 주문하며, 실제로 여기에 이바지하고 있다. 하나는 ‘대상으로서의 전염’으로 질병의 전이라는 생물학적 질병 개념을 넘어, 문화, 금융, 마케팅, 언어 등 여러 영역에 걸쳐 확산되는 현상을 확장시켜 사유(思惟)의 깊이를 더해 준다. 다른 하나는 ‘메커니즘으로서의 전염’으로 병원체만이 아니라 문화, 감정, 규제, 건강 등의 확산 메커니즘에 적용시켜 사회과학적으로 또 인문학적으로 고민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준다. 이러한 두 가지 상상은 사회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현상에 대하여 한층 넓은 이해의 폭을 가지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