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보다 더 기다려지는 철가방, 몸이 가려울 땐 제일 먼저 이태리 타올
우리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물건들의 디자인은 어떻게 평가받는가?
대한민국의 14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재발견한 한국인들의 진정한 디자인 이야기
이 책은 14명의 디자인 전문가가 재발견한 한국의 디자인과 그에 얽힌 역사적, 심리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거의 대부분 일반인들이 열렬하게 사랑했던 물건 혹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로 자리 잡은 물건들이다. 외형적인 멋을 내세우기보다는 기능성과 편의성으로 우리들의 생활 자체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한국의 디자인을 대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리에서 더 이상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혹은 겨울철 갑작스런 허기와 추위를 잊게 할 붕어빵이 없다고 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하고 재미없을 것인가! ‘생활의 디자인’은 바로 사람들이 정말로 즐기고 또 사랑하는 ‘보통의 것’들이다.
또 이 책에 수록된 무수한 디자인에는 무수한 사연들이 담겨 있다. 왜 붕어빵은 그 많은 생선들을 제치고 ‘붕어’빵이 됐는지, 오늘날 책과 인쇄물에서 많이 사용하는 명조체는 어디서부터 유래했는지, 70년대 주방 가전제품들을 치장한 ‘꽃무늬 장식’이 등장한 배경은 무엇인지… 현재의 안목으로 보았을 때 그저 촌스럽게만 보이는 것들도 그 당시에는 가장 앞서가고 세련된 상품들이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포니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받았던 부러움은 오늘날의 최고급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 '생활의 디자인'은 우리들의 미의식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를 덤으로 보여준다.
디자이너 없는 디자인?
유명한 디자이너와 상관 없이 인정받는 "보통의" 디자인이 가진 매력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디자인은 대개의 경우 유명세를 탄 디자이너와 무관하다. 대부분의 생활의 디자인에서는 디자이너가 누구인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으며, 심지어 전문적인 디자이너의 손을 빌리지 않고도 ‘꼭 맞는’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철가방의 발상과 기능성, 효율성이 그 어떤 디자인보다 못할까? 철가방을 만들어낸 숙련된 기술, 필요에 대한 정확한 부응, 경제적 효율성과 내구성 등등을 하나하나 따져 보면 얼굴 없는 디자이너의 저력을, 보통 사람들의 디자인적 지혜를 재발견하게 된다. 생활 속에서 혹은 기업 디자인실의 한 구성원으로서 익명의 디자이너로 참여해 만든 생활의 디자인들은 어떤 유명 디자이너 못지않은 탁월한 통찰력과 지혜의 산물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저마다 어떤 유명 디자이너 못지않은 탁월한 디자인적 재능을 숨겨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생활의 디자인’들이 던져주는 진정한 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