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여항문화계의 리더,
조희룡의 삶과 작품 그리고 문학세계
이 책은 뛰어난 문장가이자 전문 예술가의 삶을 살다간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1789~1866)의 독특한 생애와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19세기라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문인 예술가의 모델을 창시한 선구적 개인으로서 조희룡을 재조명한다. 그는 19세기 중인들의 전기집(『호산외기壺山外記』)을 최초로 엮어냄으로써 여항인으로서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드러냈으며, 다수의 시와 문장을 통해 내면세계를 가감 없이 표출하였고, ‘수예론手藝論’ 등 기존에 없던 독보적인 서화관을 선보였다. 서화가로서 그는 사군자와 괴석 그림에 특히 능했는데 그 가운데서도 ‘매화 화가’로 불릴 만큼 매화를 좋아하고 잘 그렸으며, 파격적인 매화 그림으로 당대를 풍미함은 물론 매화 그림의 역사를 새로 썼다.
조희룡은 추사 김정희에게 서화를 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김정희의 복심腹心으로 억울한 유배를 다녀오기도 했으며, 말년에는 김정희의 복고적이고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성향과 대비되는 매우 새롭고 독창적인 예술관으로 중인층의 문예계를 주도했다. 19세기 문예계에서 그의 영향력과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기록으로, 조선시대 서화가들의 인명사전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을 쓴 오세창吳世昌은 그를 “묵장의 영수” 즉 “먹을 다루는 세계의 우두머리”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19세기를 선도한 문인 예술가로서 우리가 조희룡을 기억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그가 ‘그림의 독창성’과 ‘화가의 개성’을 중시하고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자부심이 넘쳤던, 최초의 근대적 시각의 전문 예술가였다는 점이다.
조희룡이 매화 화가라면 이 책을 쓴 저자 이선옥은 매화 그림 전문가다. 「조선시대 매화도 연구」(2004)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돌베개 테마한국문화사 시리즈 중 하나로 매화를 포함한 사군자를 다룬 『사군자, 매란국죽으로 피어난 선비의 마음』(2011)을 펴낸 바 있다. 또한 오랫동안 호남 지역에 머물며 그 지역의 예술에 집중했던 그는 전남 신안 임자도에 유배되었던 조희룡에게 더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19세기 문인 예술가로서 조희룡에 대한 연구와 인식은 그간 김정희라는 한계, 조희룡이 가졌던 신분의 한계, 일제강점기라는 문화 단절이 가져온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였다. 이 책은 1980~1990년대 중인문학과 조희룡 회화에 대한 연구, 1999년 번역 출간된 조희룡 전집 등의 성과 위에 매화, 사군자 그림, 조희룡, 남도 예술에 천착했던 필자의 오랜 연구 성과가 집적되어 이루어졌다. 조희룡을 좀 더 깊이, 좀 더 종합적으로 들여다본 이 책을 통해, 19세기 서화계를 이끌었으며 자유와 파격의 새로운 회화세계를 이룩한 근대회화의 개조開祖 조희룡에 대한 진정한 다시 보기와 바로 보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