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과 신인을 아우르면서, 당대 한국시의 가장 모험적인 가능성들을 적극 발굴해서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는 포부로 「문학동네 시인선」이 새로이 나왔다. 한국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1년 반 동안의 기획 기간을 거칠만큼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이 시리즈는 수십 년 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시집 판형에 일대 혁신을 단행했다. 기존 시집 판형을 두 배로 키우고 이를 가로 방향으로 눕혀, 독자들에게는 가독성을 높인 시집을 제공하고, 시인들에게 더 급진적인 실험의 장을 제공한다.
『트렁크』의 낯섦과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의 충격을 넘어 『뜻밖의 대답』의 강렬함을 남겨준 김언희 시인. 시인은 늘 그렇듯 일상적이면서도 만만한 단어들과 함께 너무 ‘시적’이지 않아서 당혹스러울 만큼의 비속어를 자유자재로 섞어 네 번째 시집을 완성했다. 때문에 그녀의 시는 언제 봐도 낯설고 충격적이며 불편하다. 하지만 시인이 첫 시집부터 꾸준하게 밀어붙인, 바닥이라는 바로 그 끝 간 데까지 한번 가보기의 전술은 한국 시단에 새로이 등장한 신인들에게 감정적 대모로써 큰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오래된 애인처럼, 잡히면 꼬리를 끊고 도망쳐버리는 도마뱀처럼 안심할 수 없는 재미가 우울한 마음에 단비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