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바바는 에드워드 사이드, 가야트리 스피박과 더불어 탈식민주의 3대 이론가로 꼽힌다. 초기 식민주의 담론 분석부터 최근 9.11 이후의 문명 충돌론이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적 고찰까지 그가 제시한 논쟁적 시각과 비평 용어들은 탈식민주의 문학 연구와 문화 연구뿐만 아니라 탈국가, 초국가, 혹은 세계화 현상에 관한 광범위한 학문 분야에서 현재에도 매우 활발하게 적용되거나 참조되고 있다.
『국민과 서사』에는 바바의 논문, 그리고 에르네스트 르낭을 포함한 여러 저자들이 폭넓은 국민 서사 양식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탈식민주의 혹은 탈국가주의에 대한 바바의 이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물론이고, 크게 보아 그의 이론적 틀에서 수행될 수 있는 실제 연구의 풍부한 예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민과 서사』는 일반 독자와 연구자들에게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바바를 제외한 총 열네 명의 저자들이 각각 프랑스, 영국,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등에서 생산된 국민 문화 담론의 여러 양상들을 독특한 시각과 텍스트 분석을 통해 논하고 있다. 바바의 이론적 입장과 매우 밀접한 협조 혹은 미묘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논문들은 바바의 이론적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그런 입장의 생산적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풍부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