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알 이야기』는 바로 이런 아더 왕 이야기의 기폭제가 된 작품이다. ‘그라알(Graal)'은 작품 속에서 “휘황한 불빛보다 더 찬란한 광휘를 발하는 신비한 그릇”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식사 때 쓰이는 상당히 큰 그릇을 가리킨다. 우리말로는 흔히 ‘성배(聖杯)’라고 번역된다. 그러나 실상 성배는 이 작품이 나온 이후 그라알에 그리스도교적 의미가 부여된 말로서 썩 적절한 역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책의 제목도 ‘성배 이야기’가 아니라 ‘그라알 이야기’라고 옮긴 것이다. 『그라알 이야기』 이후 수많은 그라알 소설들이 나왔고, 아더 왕 이야기는 그라알을 중심으로 재편성되어 성사에 버금가는 역사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아더 왕 이야기의 주요 원전으로 꼽히는 토머스 맬러리(Thomas Malory)의 『아더 왕의 죽음』(15세기)도 13세기 프랑스에서 집대성된 아더 왕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독일 시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13세기) 역시 『그라알 이야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후자는 바그너의 오페라 작품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