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허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환상적인 역사소설!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로 늘 ‘서로 다른 두 세계의 만남’이라는 주제에 깊이 있게 천착하며 격동적인 동서양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삼아 정치, 사회, 문화, 종교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을 방대하고 촘촘한 서사로 풀어냈던 살만 루슈디. 그가 이번에는 중세 역사의 정점을 이루었던 두 시대, 두 공간을 한자리에 불러냈다. 16세기 인도에서 전성기를 구가했던 아크바르 황제의 무굴제국과 문화, 예술, 사상의 부흥기였던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루슈디의 신작 『피렌체의 여마법사』에서 이 서로 다른 두 세계는 바로 ‘이야기’를 매개로 접목된다.
어느 날, 계속되는 전투에 지치고, 미덥지 못한 왕세자로 인해 마음을 끓이고, 신앙과 인간의 욕망과 철학적 난제들로 고뇌하던 무굴제국의 삼대 황제 아크바르의 궁정에 스스로를 ‘모고르 델라모레’(사랑의 무굴인)라 소개한 키 큰 금발의 젊은 유럽인이 나타난다. 오직 황제에게만 들려줄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피렌체에서 세상의 반을 가로질러 왔다는 이 당당하고 거칠 것 없는 이방인의 모습에 아크바르 황제는 흥미를 느끼고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그러자 이방인은 자신이 무굴제국의 사라진 공주, 황제의 조부인 무굴제국의 창시자 바바르의 막내 여동생의 아들이라는 충격적인 말을 꺼내는데...
스스로가 천재적 이야기꾼이기도 한 작가 루슈디는 독자로 하여금 타문화에 대한 무지함과 편견을 깨뜨리는 서사의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며, 이를 통해 전혀 다르다고 느꼈던 세계가 오히려 아주 닮은꼴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루슈디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적 인물을 더해 동양과 서양의 정치, 문화, 종교, 사상, 전쟁, 예술과 과학을 아우르며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 가로지르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마저 넘나드는 마술적 역사소설을 창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