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나기브 마푸즈는 소설 『미라마르』를 통해 민중의 내면의 상처는 물론 세대와 계층의 어긋남으로 인해 생겨난 이집트 전체의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본다.
책의 화자인 네 남자는 모두 이집트의 각 계층과 가치관을 대변하며 자신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한때 진보적인 기자로 명성을 떨쳤으나 이제는 귀찮은 늙다리가 되어 조용한 미소 혹은 부드러운 조언 정도밖에 해줄 수 없게 된 아메르 와그디, 혁명 정신으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나 이제는 배신자가 되어 내면의 상처로 괴로워하며 또 다른 의미의 죄인이 되어 버린 만수르 바히, 물질 만능주의의 포로가 된 채 스스로의 재산 외에는 그 무엇도 즐길 수 없는 불행한 남자 호스니 알람, 사랑에도 정치에도 깊이 빠지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발을 담근 채 눈치만 살피다가 결국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는 사르한 알베헤이리. 이들 모두는 「혁명」이라는 이름 앞이라면 언제나, 어디서나 지켜볼 수 있을 법한 보편화된 인간상이다.
독자는 결국 그들 가운데 하나에게 투영되고 있는 스스로를 보게 될 것이며, 이는 오늘 이집트의 현실 앞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산한 겨울, 변덕스러운 알렉산드리아의 날씨를 배경으로 추억과 회한만이 남은 노인들, 무력하거나 좌절한 젊은이들을 화자로 내세운 이 소설은 혁명 이후 혼란스러운 이집트의 모습을 여실히 투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