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자취를 감춘 시대, 정의란 무엇인지 물어야만 하는 시대
그 원인과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를 통해 읽다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이 세기적 비극의 기원을 ‘생각 없음’에서 찾았었다. 자기 앞에 닥친 일을 도덕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는 ‘무(無)사유성’은 근대의 새로운 악인 전체주의로 나타났으므로. 하지만 우리가 이데올로기의 억압 아래 사유하는 힘을 잃어버린 채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수행한다면, 이 ‘평범한 악’은 언제고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사회적 압력 아래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상실해가는 현대인들은 어떻게 다시 삶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 복잡한 다양성 속에서 서로 소통하고 합의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렌트는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생활이 조화롭게 일치되었던 고대 그리스의 정치적 삶을 제안한다.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를 설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순수한 정치, 그 정치를 위해 철학하는 힘이 현대인을 구원할 대안이라는 것이다. 타인과 공통의 심리를 공유하면서 공영역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약속하고, 용서할 때 진정한 정치가 부활하고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질 수 있다.
이 책은 아렌트 사상을 크게 3단계로 나누어 확장되고 전개되는 사상의 궤적을 파악해내고 있다. 정치의 파괴부터 정치의 회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아렌트의 주요 저작 3종, 즉 파시즘을 읽는 필드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전체주의의 기원』, 기초 정치의 입문서인 『인간의 조건』, 정치적 사유의 안내서 『정신의 삶』을 꼼꼼히 읽어내며 이 사상의 흐름을 통해 현대 세계의 정치 상황들, 이라크전쟁이나 일본의 역사왜곡 등의 민감한 사안들을 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