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이자 시인인 김승기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우리의 현재적 삶이 ‘과거’와 맺고 있는 관계를 심리적 ‘상처’라는 매개를 통해서 드러낸다. 우리들 삶의 시간은 불현듯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상처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에 대한 끊임없는 되새김질과 성찰, 과거와 분리될 수 없는 현재적 삶, 상처의 시간을 벗어나 신생(新生)의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빈번하게 수포로 돌아가는 좌절 등 김승기의 시들은 이 모든 순간의 기억을 응축하고 있다.
그의 시에서 ‘눈물’은 ‘상처’의 동의어이다. ‘상처’와 ‘눈물’을 연결시키는 상상력, 즉 상처의 비유로서 눈물을 등장시키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음에도 ‘눈물’은 ‘상처’라는 다소 추상적 단어를 구체화함으로써 그것을 감정의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내면에서 일고 무너지는 욕망의 구체성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면서도, 그 안에 도사린 깊은 상처를 위안하려는 상상과 열망을 가진 시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