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중심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유럽이 탄생하기까지,
이주와 발전을 중심으로 본 천 년의 역사!
‘인간의 형상을 했으되 몸과 사지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 1세기 역사가 타키투스가 동유럽의 삼림 지대를 서술한 내용이다. 복잡한 정치 구조와 세련된 문명을 갖춘 지중해 지역과 달리 그곳은 생존 수준의 농업을 겨우 유지했으며, 물질문화도 보잘 것 없었고 인구밀도도 낮았다. 그러나 1000년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타키투스가 야만인의 땅이라고 정의한 곳에는 크고 건실한 신흥국들이 자리를 잡았으며, 기독교,문자,석재 건축물 등으로 대표되는 지중해 지역의 문화 체계 역시 북동부 유럽으로 대거 이동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새로운 국가 및 문화 구조가 지중해 중심의 세계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유럽 대륙은 문화·정치·경제적으로 한층 동질화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난 천 년이지만 여태껏 이 시기를 개괄한 책은 거의 없었다. 당시의 사료들이 불분명할뿐더러 학계에서도 이 시기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기 때문이다.
피터 히더는 베일에 싸인 유럽의 천 년 역사를 ‘이주’와 ‘발전’이라는 열쇠로 풀어나간다. 그는 최근에 발굴된 고고학 증거, 언어적 변화, 사회 계층의 분화, 관습의 변화 등 이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여, 훈족, 고트족, 앵글로색슨족, 프랑크족, 슬라브족, 바이킹 집단들의 면모와 이주의 형태를 다각도로 검토한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유럽의 출현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제국들(Empires)과 만족(Barbarians)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에 따른 점진적 과정이었음을 밝혀낸다.
피터 히더가 15년 동안 공들여 완성한 이 책은 유럽의 천 년 역사를 관통하는 최초의 역사서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