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
사랑해 마지않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살배기 딸. 배 속에는 둘째 아기가 자라고 있었다. 하루하루가 행복에 겨웠다. 그녀의 스물일곱 살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였다. 임신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부모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사고 이틀 후 어린 딸은 사망했고 사흘 뒤에는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홀로 살아남았다.
이후 그녀는 엄마로서, 작가로서, 또 강연자로서 바쁜 삶을 이어나간다.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오랫동안 앓아눕기도 하고, 딸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자책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죽은 남편의 친척 모임에 참석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의 내면은 조금씩 깊어지지만, 가장 중요한 경험은 황무지로 떠난 피정이었다. 금식하며 홀로 사흘 낮 사흘 밤을 지내면서 그녀는 우주의 비밀을 엿보고 자신의 진짜 모습과 대면하며 깨달음을 얻는다.
비극적인 사고 이후 14년에 걸친 그녀의 내면으로의 여행은 읽는 이로 하여금 조용히 상념에 젖게 한다. 정해진 일과를 해치우고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버거운 삶, 낯선 것을 거부하고 익숙한 것에 안심하며 하루하루 흘려보내는 삶, 각성이 아니라 습관이 추동하는 삶, 내 욕망이 아니라 남들의 욕망에 따라 사는 삶을 문득 돌아보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 폴라 다시처럼 휴대전화도 읽을거리도 먹을 것도 없이 홀로 자연 속으로 들어가 오롯이 나 자신과만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