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한동안의 가뭄으로 비틀어지는 듯 싶더니 어제부터 내리는 비로 창문밖으로 보이는 텃밭에서 자라는 야채들이 저마다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는 모습이 이쁘게만 보였다. 주문한 책이 도착하고 그 책을 읽는데 든 시간은 30분 (198페이지) 지금은 창밖을 바라보며 책속의 내용을 영상으로 그려보고 있다. 심야버스를 타본 적이 없어 그것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보기는 힘들었다. (음~ 그래서 뭐든 경험을 해봐야 하는거야) 맞아~ 한번 탄 기억이 났다. 분당에서 안양을 오가는 303번 좌석버스였다. 딸과 성남 아트센터로 뮤지컬을 보러갔을때였지!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비는 멈추고 추녀 밑으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이 들려온다.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며 상상의 세계로 이동을 해갔다. 늦은 밤 심야 버스에 오른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강남역 - 분당을 오가는 시외직행버스 2002번을 탄 사람들도 그랬다. 어느새 나도 그 버스에 올라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심야이기에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버스는 달려가고 있었다. 잠은 쏱아지고 잠시 의자의 등을 기대고 눈을 붙이다 듣게되는 술취한 아저씨의 고성망가에 살며시 들었던 잠시 달아나 버렸다. (참~ 짜증날거야 그렇지?) 결국 사고가 나버렸고 시체 두구가 눈앞에 있다. 자~ 어떻게 처리할래?

2002번 버스. 두 구의 시체. 집에서 잠든 괜찮은 여자친구. 자꾸만 이끌리는 처음 보는 여자. 같이 버스를 탔던 승객들은 지금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이 여자와는 이제 어떻하지? 제기랄. (P.55)

심야 버스에 탑승한 승객은 기사를 포함해서 모두 7명, 술취한 승객의 행패를 막다 미필적 고의에 의해 사고를 냈고 승객들 모두 각자의 사정에 의해 공범이 되버렸다. 차라리 그때 경찰에 신고했으면 더 큰 사건은 막을수 있었을텐데, 왜 사람들(나를 포함)은 지나간 후에야 후회를 하게 되는 걸까? 사고 차량에 탔던 사람들이 한명 두명 누군가에 의해 죽어갔다. 누굴까? 누구 그들을 살해하는 것일까? 처음 용의자로 떠올렸던 인물은 사고차량에 있던 주부, 여대생의 핸드폰도 가지고 있었고 명성여고 학생주임인 최선생도 알고 있다. 그런데 세번째 살해당한 인물이 바로 용의자로 지목했던 주부였다면?

"우리 아빠를 죽인 범인이 이 버스 안에 있습니다." 차량에 탑승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범인은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인물이었다. 모범 시민상을 받은 버스 기사 공선중, 하나님의 충실한 종인 명성여고 학생주임 최영도, 평범한 대학생 이준호, 불륜을 저지른 아줌마 강숙자, 자기 주장이 명확한 미대생 장선미, 긴 생머리 아가씨 유미나, 그 중에 살해범이 있다는 말인데 누구일까? 왜 무슨 이유로 살해를 하고 다니는 것일까? 2002번 버스에서 미필적 고의로 죽어간 첫 번째 승객의 정체는? 그로 인해 나머지 사람들이 살해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말인데, 그가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아버지라 범인은 젊은 사람이다.

일단 나이든 세 사람(공선중, 최영도, 강숙자)은 제외해놓고 나머지 세 명 중에 범인이 있다는 말이 된다. 누굴까? 아니 전혀 뜻밖의 인물일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기바람! 이럴수가 이 책은 이재익 작가가 대학 3학년때 쓴글로 집필기간은 단 7일, 여자친구와 함께 심야버스를 타고 가다 한 취객으로 인해 버스가 전복될 뻔한 사건을 바탕으로 쓴 글이란다. (부럽다. 부러워도 너무나 부러웠다) 저자의 저서로는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읽었고, [아이린]과 [싱크홀]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나! 이제 이재익 작가의 팬이 되버렸어~~~.

그래. 저기야. 광기의 씨앗을 잉태한 곳. 저 버스 안이었어. 왜 하필 지금 내 앞을 지나가는 걸까?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