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애와 지하련 모두 그렇게 많은 작품을 쓰지는 못했다. 백신애는 요절했고, 지하련은 월북 후 임화의 처형으로 미쳐버리는 바람에 그들의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이루어낸 성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여성적인 글쓰기가 어떤 욕망을 담고 있는지 현저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것이 단순히 여성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발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면에서 이들의 작품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성찰이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새로운 쓰기가 다시 내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세계에 대한 너의 투쟁 속에서 세계를 지원하라”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이러한 일상의 글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글쓰기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백신애와 지하련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앞당겨 산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