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서 태어난 어린 두루미인 나는 겨울을 나려고 무리를 따라 철원으로 갔습니다. 평화로운 이곳에 갑작스레 포탄이 날아들고 전쟁 때문에 나는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이듬해 봄 재두루미 가족과 함께 시베리아로 돌아간 나는 다시는 이곳을 찾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나는 가족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전쟁의 악몽은 아직도 나를 괴롭혔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철원 땅으로 날아갔습니다. 평화를 되찾은 듯 보이는 이곳엔 전쟁의 상처와 아픔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나는 꿈에도 그리운 엄마와 아빠, 형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작가가 이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철조망을 찍은 사진 한 장 이었다고 합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유적지를 방문해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철조망 너머 관광객들의 얼굴을 보았고 그 순간,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또 하나의 철조망이 떠올렸습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때로 전쟁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지만, 저들처럼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직 아닙니다. 철조망이 있고, 갈 수 없는 땅 비무장 지대가 있고, 이산가족의 고통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에게 전쟁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니까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하나가 된 독일처럼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가고, 헤어졌던 가족들을 다시 만날 그날을 기원하며 『돌아온 두루미』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