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꽤 오랫동안 생각한 것을 누군가에게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이 똑바로 전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하는 순간에도 생각한 것과 다른 취지의 말이 나오기도 하고 상대방이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해오는 경우도 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내가 말한 것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받아들여서 오히려 이상한 논리가 되버리는 경우이다. 반대로 그냥 단순한 이 경우에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라고 말했는데 너무 넓은 범위가 적용되어서 이건 아니고 저건 아니고 하면서 꼬투리가 잡혀버리는 경우는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 책은 전자와 후자가 복합돼서 산만하다는 느낌도 주고 인문학책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누구누구의 인용구는 조금은 지겹기까지 하다. 그냥 우리의 삶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일 순 없는 걸까? 삶을 느끼고 책을 본게 아니라 책을 보고 삶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건가? 6분의 작가들이 한 편씩 글을 썼지만 제목답게 불온한 인문학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썼기 때문에 공통적인 부분은 있다. '불온한 인문학' 이란 부분인데 인문학은 영어로 'human science'는 자유를 원하는 학문인데 지금의 인문학은 돈과 권력과 체제에 갇혀서 진정한 인문학이 아니다. 거기에 반해서 진짜 인문학을 지향한다. 이게 중심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6분이나 되다보니 모두 공감하고 모두 이해되진 않는다. 한 두편은 공감되고 이해되지만 한두편은 도대체 공감할 수가 없고 그냥 인문학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의 글로만 느껴지는 건 나만 그런 걸까? 인문학하면 학생운동이 연상되는 것은 인문학과 학생운동 둘다 사회에서 대한 자유를 외친다는 것에 연유할 것이다. 이 책의 뒷 페이지에는 사유의 불온성, 사상의 전복성, 비판의 급진성! 이것이 인문학이다라는 말이 써있다. 아마 이 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말로 다 표현되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

이것은 어른들의 학생운동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하다. 순응해버리고 체념해버린 몸과 마음을 다시 일깨워 보라고 촉구하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횡단'이란 말에서 사람들이 가장 쉽게 떠올리는 말이 왜 '학제적'인지 모르겠다. 푸코적인 의미는 또 도대체 무언가? 강의에서 좌절을 느꼈다면서 왜 이런 글을 썼을까? 그냥 자신들이 혼자 한 생각을 그냥 쓴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쉬워진 인문학을 다시 어렵게 만드는 것은 불온한 인문학이 아니다.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을 동참시켜야한다. 인문학의 본질을 찾고 싶다면 설득력이 있어야한다. 이탈리아 교과서에는 지도자가 되는 요건을 '지적능력, 설득력, 육체적 내구성, 자기통제력, 일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로 나누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이 요소에 끼워 맞춘다면 자기통제력과 일을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육체적 내구성은 알수 없고 지적능력(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설득력은 꽤 떨어지는 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불온한 인문학에 대해서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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