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북극에 갑니다? - 어떤 특별한 계절에 관하여
북극의 여름은 조금 특별하다. 그것은 단지 해마다 찾아오는 계절이 아니라,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동토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이 북극의 짧은 여름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여름이 오면 지의류, 선태류부터 시작해 각종 풀과 꽃이 피어나고, 그것을 먹고 사는 북극토끼, 레밍, 사향소 들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지구 저편의 머나먼 땅에서 날아온 새들도 둥지를 틀고, 새끼를 보살피며, 깃갈이를 하고 다시 긴 여행을 준비한다. 이들을 먹이로 삼는 북극여우, 회색늑대에게도 여름은 반가운 시간이다.
북극의 동식물들은 짧디짧은 그곳의 여름을 그저 흘려보내기만 하지 않는다. 그 순간이 생명의 시간임을 잊지 않고, 모든 여름을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처럼 정성을 다해 보낸다. 차가운 바람에 찢어질 듯 꽃잎을 흩날리는 스발바르양귀비도, 난생처음 보는 인간의 텐트에 찾아와 잔뜩 굶주린 얼굴로 쓰레기봉투를 물어뜯어놓은 회색늑대들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북극의 여름’에 관한 책이면서, 한편으로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도시 속 인간의 시선에서 얼마간 벗어나 뭇 생명의 그것을 바라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삶의 익숙한 풍경들의 가능성, 그 기쁨과 고단함이 새삼 놀랍게, 그러다가 문득 한없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진다. 스케일을 달리하며 삶을 성찰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경험을, 극지 생태 연구자의 북극 탐험기인 이 책은 북극이라는 경외스런 자연을 통해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