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이라는 이론으로 지성사의 영역을 넘어서 인류의 행보를 결정적으로 바꾸어놓은 다윈. 그는 학창 시절과 비글호 여행을 제외하면 거의 고향을 떠나지 않은 채 조용히 은둔의 삶을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열정적인 자연사학자로서 관찰 노트와 초고, 스크랩한 자료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았던 수집가였던 한편 평생 2,000명의 사람들과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활발한 커뮤니케이터이기도 했다.
살림출판세에 2권으로 기획된 찰스 다윈의 서간집 『기원 : 진화론을 낳은 위대한 지적 모험 1822-1859』과 그 후속편 『진화 : 진화론이 던진 거대한 충격 1860-1870』는 다윈이 남긴 편지를 통해 다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학생 출신으로 유물론적 진화론의 주창자가 된 과정, 자연선택의 아이디어 발견 후 『종의 기원』출간까지의 20년 등 우리가 다윈의 전기를 보면서 느꼈던 궁금증이 그의 편지에서 드러난다. 다윈은 끊임없이 편지를 썼다. 학교를 다닐 때나 비글호 항해를 떠났을 때 그는 누나를 비롯해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편지를 써서 자신의 근황을 알리고 안부를 물었다. 평생에 걸쳐 사귄 지기인 폭스나 후커는 일상사부터 학문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다.
한편으로 스승 라이엘이나 경쟁자 월리스, 추종자 헉슬리는 좋은 동료로서 서간을 통해 다윈의 학문적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 외에도 다윈은 무수한 친우들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질문을 던졌으며 그의 독자들로부터의 편지에 답을 했다.
사소한 일화들부터 진지한 논쟁까지, 이 서간집은 그의 역동적인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더해 그의 문장력은 편지 모음집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독자들은 이 편지를 읽어가면서 곳곳에서 반대자에 대한 신랄한 평과 조롱이나 애정이 배어 나오는 다정한 안부, 예의바른 정중함과 함께 보기 드물지만 재기 넘치는 다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