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시인만의 유니크한 시세계를 펼쳐온 중견시인 이경림의 다섯 번째 시집. 시집 『상자들』에서 우리 시대의 불행과 운명과 희망을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이경림 시인이 6년 만에 펴낸 이 시집에는 아픈 마음이 아픈 몸 곁에 나란히 누울 때, 그 ‘살’(肉)의 언어로 적어 내려간 아름다운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푸른 호랑이’ 연작들이다. ‘푸른 호랑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존재의 경계에서 때로는 노을로, 때로는 얼룩으로, 그리고 때로는 숨결로 천변만화하며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모순형용의 이름이다. 이성적으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 감성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것, 바로 정념들이 된다. “제 안의 푸른 호랑이를 바라보는 정신은 제 안에서 사납거나 끈질기게 일어서는 그 맹목의 날개를 한순간 멈추고, 나는 왜 여기 있으며, 저것들은 왜 저기 있는가 묻”는 것과 같다. 한 권의 시집 안에서 여러 차례 출몰하는 ‘푸른 호랑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호랑이는 사라지고 일상의 고요한 순간으로 돌아와 깊은 감동의 여운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