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선과 이광수는 한국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선구자들이면서 동시에 대표적인 대일협력자들이다. 그들의 윤리성에 대한 접근은, 이런 이유로 인해 일견 기이해보일 수도 있다. ‘친일파’는 ‘빨갱이’와 더불어 현재 우리 사회의 공식적인 악당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지니고 있는 독특함은, 대일협력자들에 대한 기존의 논리를 뛰어넘고자 한다는 점이다. 첫째, 대일협력에 관한 사실들을 열거함으로써 죄상을 밝히는 단죄론. 둘째, 험악했던 시절이었으므로 한 개인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는 식의 동정론이 그것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관점에 따르면, 이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대상의 진짜 모습으로부터 회피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이다. 사실들을 외면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들을 앞세우는 것조차도 일종의 회피라는 것이다. 그 사실들을 만들어낸 진짜 힘, 그들의 진짜 모습은, 그 사실성 뒤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진짜 모습이란 무엇인가. 기이하게 일그러진 윤리적 괴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괴물은 괴물이되 윤리적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