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비롯한 탈공산주의 국가들은 새로운 민족국가 건설 과정에서 예외없이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으며, 낡은 정체성을 대체할 새로운 정체성의 탐색이라는 과제에 직면했다. 다시 말해 탈공산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과 이들 국가 간 또는 이들 국가와 주변 국가들 사이의 일련의 상호작용의 핵심에는 민족,종족 문제, 정체성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정체성 정책’을 러시아를 비롯한 탈공산주의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이 책에서 다뤄지는 여러 사례가 다종족 사회로 급변해가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동시에 한국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척박한 이 분야의 학문적 성취를 촉구하는 좋은 지적 자극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