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되 먹은 나의 심보는 영어 관련 책을 읽을 때면 항상 삐딱하다. ‘그래, 너 어디 한 번 이야기 해봐라. 얼마나 잘났느냐.’ 라는 아주 아주 나쁜 심보로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은 ‘응,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로 끝난다. 생각했던 전개에 생각했던 내용에 생각했던 마무리로 끝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는 제일 싫어했던 과목인 영어를 지금은 주구장창 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런 영어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는 여러 마음이 앞서게 되는 듯 하다.

이 책은 제목이 아주 익숙했다. 그만큼 마켓팅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의미인 듯. 전혀 읽어 볼 생각이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어느새 결제한 내 손. 1도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한 이 책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되었다. (아주 칭찬해 내 손) 전개는 흔한 전개다. 아예 문제아였던 저자가 영어만 죽어라 파서 영어를 잘하게 되고, 그 뒤로 영어 덕분에 많은 좋은 일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흔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드는 건 저자가 자신이 공부한 방식을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이고 전문적이게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 보는 내용들은 아니지만, 이렇게 쉽게 영어 공부하면 됩니다! 하는 책들 중에서는 그래도 좀 더 상세하게 쓰여져 있는 것 같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영어 소리 특성에 관련한 정보이다. ‘발성, 강세, 리듬’에 초점을 두어서 이야기 하고 있다.

- 영어와 한국어의 근본적인 차이는 조음 기관의 사용법보다도 호흡기관과 발성 기관의 사용법에 있다는 것이죠. (ebook이라 page 기재는 생략)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분명 조음기관에서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연습도 해두는 편이 좋겠지만, 대부분은 호흡과 발성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발성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의식해 본 적 없는 듯 하다.)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영어 공부 방법을 이야기 할 때 우선 순위로 두고 예습 차원으로 연습할 수 있는 부분을 따로 기재해두었다. 저자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인강도 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목소리가 확연히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언어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고 인지는 하지만 구체적인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듯 하다. (저자가 영어 할 때 목소리가 내 스타일이라는 건 비밀) 대부분이 조음에 관해서만 신경 쓰고, 얼마 전에 읽었던 ‘한마디를 해도 원어민처럼’에서는 강세와 리듬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다. 부분만 깨우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복합적으로 내 소리 기관들을 어떻게 사용할지도 생각해볼 문제이다.

영화를 씹어 먹는 방법을 정말 구체적으로 써놓았다. 하나 하나, 이렇게까지 상세히 쓸 필요가 있을 정도로 써놓았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고 그대로 실천했으나 실패했어요 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는데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 방법을 전달하는 데 저자가 실패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세세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혹시 그것도 이해가 안 된다면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서 샘플 강의를 들어보면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할 지 쉽게 알 수 있다.

마지막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영어 공부를 하지 않을 모든 이유를 봉쇄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끔 이런 저런 핑계로 영어를 잘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이유를 하나 하나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대부분의 책들은 제가 이렇게 했고, 누군가가 이렇게 했으니 여러분도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애초에 우리가 흔히 영어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오해를 하나씩 풀어서 틀린 생각임을 지적하며 독자를 독려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도 화가 나는 것이 있으니.. 저자가 이야기하는 어학용 동영상 플레이어를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것. 심지어 저자가 이용했다는 미디어 잉글리쉬 프로 라푼젤은 실존했는지 조차 의문이다. 어쩌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오해 했을 수도 있으나, 어쨌든 구할 수가 없다. 애초에 없었던 자료인 듯 하다. (라푼젤을 원래 좋아해서 나도 이용해보고 싶었는데 없음.) 게다가 미디어 잉글리쉬 프로와 무비랑에서는 내가 원하는 영화가 없다. ㅋㅋㅋㅋ 저자는 100번을 봐도 좋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하라고 했으나, 그런 애니메이션이 없다는 게 함정. 그래서 마지막 수단인 리핏이라는 어플을 사용해야 할 듯 하다. 이 어플을 쓰려면 약간의 수고로움이 들어가야 해서 잘 따라할 수 있을 지 걱정이긴 하지만, 추후 써보고자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슈퍼맨’이라는 어플도 찾아냈다. 이런 방식으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어플인데, 애니메이션 한 편 정도 씹어 먹고 이 어플을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유료앱이다.)

나도 ‘어떻게 하면 영어 잘해요? 그냥 간단한 일상 회화 정도면 되는데.’라는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간단한 일상 회화가 얼마나 힘든지 아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 대답하기가 참 힘들었다. 이유는 사실 내가 이런 저런 방식을 이야기 해 준다고 해서 그대로 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이제 내 답은 확실해졌다. 이 책을 추천해주겠다.

(개선되어야 할 오타가 간간히 눈에 띈다. 거슬렸다.)

* 9등급 꼴찌, 1년 만에 통역사 된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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