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연은 갑작스럽게 쳐들어올 것이다
지난 1만 1700년간 인간은 긴 여름과도 같은 기후상의 축복을 만끽했다. 이 간빙기는 유래 없이 길고도 평화로웠다. 기후사에서 드물게 찾아오는 이 막간의 시기는 특수한 가능성의 경관으로서 수천 년간 인간이 전 지구적인 문명을 건설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막간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내일의 가능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다를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의 다음 장이 어떨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기후시스템이 과거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변칙적인 양상으로 돌아갈 경우 상황은 더욱 난감할 뿐이다.
『긴 여름의 끝』은 인간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앞으로 그리고 위로만 내달리는 근대사회의 진보 서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명방식을 취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정확하게 보고, 우리가 어떻게, 왜 이런 위태로운 국면에 접었들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점점 늘어만 가는 위험 속에서 어떻게 나아갈지를 현명하게 판단하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무엇에 맞서야 하는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