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평생의 기록을 남긴 작가 갈,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젊은 날 만났던 단 한 사람을 잊지 못해 불행한 삶을 사는 여자 나디아, 덩그러니 원고 더미만 남겨놓고 사라진 친구로 인해 남은 인생이 뒤흔들리는 네스터, 이렇게 세 사람이 『브루클린』이라는 한 권의 책을 완성해가는 이야기이다. “연속된 이야기의 퍼즐이자 만화경, 콜라주”라는 평을 들을 만큼 섬세하고 실험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제목의 ‘브루클린’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이면서, 주인공 갈이 사랑했던 여인의 딸 이름이고, 동시에 갈이 연인을 위해 남긴 평생의 기록을 엮은 책 제목이다. 작품 속에서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브루클린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공간, 사랑, 기억들에 대한 향수’에 대한 상징이다.
15년 동안의 작업 끝에 세상에 선보이며, 저자 스스로 서사시(epic novel)라고 소개하는 이 작품에서 저자는 과연 서사시에 걸맞게 수많은 주제를 정교하게 담아냈다.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형식을 빌어, 아메리카니어드라는 모호한 정체성에 비롯되는 상실감,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부유하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비롯해서 동시대에 같은 공간을 향유한 뉴욕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오마주, 작가로서 글과 예술에 대한 경의, 평단과 유명세에 대한 소회 등을 예리하면서도 담담한 필체로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