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현대시〉로 등단한 시인 정한아. 그녀가 데뷔 6년 만에 첫 시집 『어른스런 입맞춤』을 들고왔다. 정한아의 ‘첫 번째’은 좀 남다른 데가 있다. 덜 익었다거나 여물었다는 비유보다 어쩌면 오래 익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더 맞겠다. 그녀의 첫을 열매 맺기를 거부하는 시들이라 일컫음은 어떨까. 중요한 것은 시간을 거스르는 거부가 아닌, 이미 그것을 넘어섰다는 데 있다.
‘거대한 감옥’이거나 ‘타인의 침대’ 인 이 세계에서 시인이 살아가는 방법은 ‘하필, 사랑’이다. 죄 짓지 않고 사는 이 없지만 그 죄 다음이 하필 사랑이라니. 타인에게 침대는 휴식의 공간이고 시간이다. 허나 그것은 곧 나의 불편한 세계로 귀결된다. 시인은 ‘춥고 캄캄하고 척척한 곳’에서 ‘못생긴 심장의 나지막한 허밍’을 들으며 ‘마주치자마자 내 골수에 자기의 촉수를 담그는 얼굴들과’ ‘차일수록 자욱해지는 지랄 같은 외로움을 몰고’가며 살아간다. “우리는 빌지 않았지만 빌어먹을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이 삶, 이 슬픔과의 입맞춤. 그녀의 매우 차고도 씁쓸한 미소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간신히’라는 아슬아슬함과 ‘노련함’이라는 안정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