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소멸과 비극적인 상실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를 극대화한 작품
30년에 한 번씩 아무런 조짐과 인과관계 없이 한 도시의 주민들이 홀연히 사라진다. 『사라진 도시』에서 ‘도시의 소멸’이라는 중심 소재는 독특하면서도 미스터리하다. 도시는 의식을 지닌 유기물로 표현된다. 도시는 사라질 도시를 선택하고, 사람들을 조종하고, 소멸에 관련된 사람들을 오염시킨다. 그렇다면 왜 도시는 사람들을 사라지게 하는가? 이 의문에 대해서 저자는 친절하지 않다. 도시의 소멸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불가피성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책은 소멸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기보다는 소멸에 저항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에 초점을 맞춘다.
치밀한 플롯은 독자가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도시의 소멸이라는 큰 축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매끄럽게 진행되며, 다양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를 복잡하면서도 질서 있게 배치해 사건의 개연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가져오는 흡입력은 미사키 아키의 뛰어난 문장력에 있다. 저자는 도시의 소멸, 고주기, 물길잡이 등 낯설면서도 신비로운 소재를 점철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냈다. 독자는 그 세계 속에 발을 디디는 순간 얼음처럼 차갑게 파고드는 도시의 촉수를 느끼며 전율하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고주기의 따뜻한 음색에 빠져들 것이다. 그만큼 『사라진 도시』는 매력적인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