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부재와의
달콤한 연애
사랑은 여기 있는데, 사랑의 대상이 부재할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대가리를 잘라도 끈질기게도 꿈틀대는 갯지렁이연인들”처럼 기억은 고통스러우나 “당신 얼굴을 덮고 있는 책장에 손가락이 베이는 건 여전히” 달콤한….
임수경의 시집 『낙타연애』는 네가 없는 고통과 너와의 달콤한 기억 사이를 오고간 지난한 시간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그 시간은 사랑이 시작된 “섬 한 귀퉁이에서 출발해 결국 다시 돌아”(「야,행성」)올 수밖에 없는 무한회귀의 시간이며, 대답은 없고 질문만 있는 시간이다(인생에 답이 없듯 시의 영역도 의문에서 출발하니!).
부재의 현실은 가혹하지만 너와의 기억은 매혹적이다. “목을 젖혀 등에 귀를 대면/입술을 축이며 오물거리던 기억들이 사각거려/온몸을 간지럽히지” “당신의 사막, 가운데 있는 샘, 우리의 기억/그래서 고마워”(「낙타연애」).
“임수경의 시들은 부재와의 달콤한 연애에 빠져 황홀하다. 당신이라는, 신의 꿈속이라는 부재의 현실을 내면적으로 대응하는 몸짓이 처절하면서도, 기억의 비밀들이 환하게 환기되는 시의 품성이 매혹적이다” “이는 불치의 기억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재생을 감득하게 하고 치유하는 시의 마취제와 같다”(김수복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