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현대시사상』가을호를 통해 등단한 김현서 시인의 두번째 시집을 펴낸다. 『나는 커서』는 김현서 시인이 첫 시집 『코르셋을 입은 거울』이후 딱 10년 만에 펴내는 신작 시집으로, 그녀의 오랜 침묵이 괜한 게으름이 아니었음을 증명해주듯 탄탄한 상상력과 잘 직조된 이미지가 빛을 내면서 재미의 넓이와 사유의 깊이를 맘껏 즐기게 해주고 있다. 데뷔 20년을 넘어선 그녀가 상투적인 시의 세계에 갇히지 않을 수 있었던 데는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로 데뷔하면서 동시 작가로서의 활동을 함께한 점도 무시 못 할 이유 가운데 하나일 터다. 김현서 시인은 좀처럼 오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발산한다. 재봉틀로 하는 박음질처럼 그 촘촘한 시의 긴장이 비교적 같은 사이즈를 자랑하는데 그 가운데 리드미컬한 소리의 동요가 우리를 발장단 맞추게 하고 손뼉도 치게 한다. 오랜 숙달로 이뤄지는 다듬잇방망이소리를 상상해본다면 이 시집과 참 어울리는 배경 음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