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시인선 92권. 김상미 시집. 김상미 시인은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으니 2017년 올해로 시력 27년차이다. 그새 시인이 품은 시집은 이번 신작까지 포함하여 단 네 권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에 미치는 기적을 매일같이 기록하는 사람. 그런 시인 김상미. 세번째 시집에서 네번째 시집으로 건너오기까지 14년의 시간 동안 시인은 아주 사소한 데서 기쁘고 행복하며 슬프고 아픈 일들을 찾고 모아왔는데, 그 결실들에 안도하는지 이리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고.
누구보다 발랄하고 누구보다 솔직하고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유 속 내지른 시편들이라지만 종국에는 냉정이 비치고 냉기가 서린다. 내내 뜨거웠다가 막바지에 차가워지면서 지르는 한마디의 무시무시함을 시인은 칼처럼 지니고 있다. 은장도가 아니고 과도도 아니고 도루코 면도날 같은, 종이에 싸면 도저히 모를, 작디작지만 예리한 칼날.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먼저 묻는 것이 아니라 나 이렇게 살고 있는데요,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 시집. 나도 깔 테니 너도 까라는 시집. 발문 형식으로 쓰인 우대식 시인의 해설이 이 시집 읽기에 더한 흥미를 돋구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