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투적 언어에 대한 저항, 세계와 자아의 매혹적인 연결
존재의 고독을 치유하는 초월의 언어들
김춘리의 두 번째 시집 『모자 속의 말』이 ‘문학수첩 시인선’ 108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바람의 겹에 본적을 둔다』를 통해, 독특한 언어와 상상력으로 익숙한 어휘들 속에 낯선 느낌을 집어넣는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춘리 시인은 두 번째 시집 『모자 속의 말』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시인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며, 스스로의 현실 조건과 장애를 철저하게 성찰한다. 시인이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는 흔히 일탈이라 불리는 탈주와 검열을 통해 언어의 틀을 뛰어넘어, 세상에 대한 합리적 이해의 얼개를 제 안에 감춘다. 존재적 좌절과 불안에 대한 자기검열은 시인을 험난한 궁지로 몰고 가지만 시인은 기꺼이 자기검열 또는 자기성찰을 통해 삶의 형식과 깊이를 얻어 낸다.
시인의 언어와 사유는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까닭에 그 실체를 확정하기 힘들 만큼 난해하다. 따라서 이 대결은 매우 힘든 싸움일 수밖에 없다. 어느 쪽이 주인인지 모르는 “소의 뿔과 몸집”의 관계처럼 이러한 대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시인은 단순히 상상의 놀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와 사회를 상대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존재론적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에서 시작되는 김춘리의 시적 사유는 검열과 탈주, 상상과 사색을 통해 연속체의 감각으로 이어진다. 세계와 자아의 연결은 여행에서 얻는 전설과 신화, 풍경과 어둠의 무한 감각을 통해 가능해진다. 존재론적 삶의 일관성 속에서 유한의 감각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존재론적 고독의 국면도 치유의 매개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