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치지도, 늙지도, 흔들리지도, 절대 변할 것 같지도 않던 슈퍼맨이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물론 시한부 선고 앞에서도 그는 슬퍼하거나 당황하지 않고 초연하다. 다만 그동안 소홀했던, 아니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개인적 일상을 돌아본다. 자신이 죽고 난 뒤 남겨질 사람들을 위한 준비, 까마득히 먼 미래의 후손들을 위한 안배,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 정립, 적수인 렉스 루터를 이해하려는 노력 등 전 지구적 안위를 돌보느라 밀쳐 뒀던 사적인 용무를 하나씩 정리해 나가는 슈퍼맨의 모습은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 없다.
수십 년 전에 태어난만큼 더 이상 무얼 어찌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은 캐릭터, 슈퍼맨. 천재 작가로 일컬어지는 그랜트 모리슨은 놀랍도록 새로운 슈퍼맨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가장 익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식상한 캐릭터인 슈퍼맨을 통해 새로우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펼쳐내는 작가의 범상치 않은 역량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